2018. 11. 30. 20:31ㆍ칠곡 너구리 일상/2018 아일랜드 Ireland in 2018
셰이드가 며칠 전에 아일랜드 문화 체험을 위해 자기 집에 놀러와도 된다고 했다. 날짜 조정을 하다가 목요일 저녁에 하룻밤 묵기로 했다.
수업 마칠 때쯤 날 데리러 왔다. 루언은 그저께 학교에 와서 이미 알고 있었다. 차를 타고 넬사를 데리러 갔다. 넬사는 재즈 댄스를 배웠다. 날 위해 생선을 사고, 집으로 갔다. 우리 나라 봉고차 같은 웨건을 몰았는데 그녀에게 너무 잘 어울렸다. ㅋㅋ 셰이드는 100년 넘은 아일랜드 전통집에 1년 전에 이사를 왔다. 거실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Cozy라는 단어에 딱 맞는 분위기의 거실이었다.
셰이드는 어두워지기 전에 집 주변을 구경시켜줬다. 닭을 키우고, 양봉도 하고 있었고, 퇴비도 만들고 있었다. 닭이 낳은 달걀을 빼내는 동안 한 마리가 탈출했다. 빗방울 들자 아이들이랑 나는 들어가라고 했다. 나는 달걀만 받아들고 가려고 했는데 다른 닭들도 탈출했다. 달걀을 바위 위에 올려두고는 다시 닭장 근처로 갔다. 넬사도 돕겠다고 같이 갔다. 두 마리가 자유롭게 막 다니고 있었는데 그 중에 큰 닭을 내가 잡아서 닭장에 넣었다. 도대체 닭을 얼마만에 손으로 만졌는지. 너무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났다. 지금도 너무 웃곀ㅋㅋㅋㅋ 그리고 똥 묻은 달걀을 쥐고 집에 들어갔다.
어떻게 퍼머컬처 코스 시작했냐고 물으니까 처음에 미술 수업 신청했다가 다 차서 갈아탔다고 했다.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다. 그러고 보니 집 안에 셰이드가 그린 그림이 많았다. 나도 그림 그리고 싶다.
장난감 방에서 같이 놀다가 맘마미아2를 봤다. 셰이드는 저녁 준비하러 부엌 갔다가, 영화 보고 싶어서 다시 거실에 왔다가를 반복했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영어를 많이 알아들어서 기뻤다.ㅠㅠ 화이트 와인 마시면서 영화 보는데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공간이 작으니까 따뜻했다.
영화를 다 보고 구운 고등어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신선한 게 느껴졌다. 종종 그 생선집을 이용해야겠다. 집에는 셰이드 가족 외에도 남자애들 두 명이 같이 살고 있었다. 각각 독일과 스페인에서 온 친구들인데 1년 정도 유학 중이란다. 15살인데 벌써 해외 경험을 하고 정말 멋졌다.
저녁 식사 후 아이들을 재웠다. 보통 8시에 자는데 어제는 8시를 훌쩍 넘겼다. 그리고는 둘이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듣고, 학생들 이야기도 듣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 ㅋㅋㅋ 그리고 늦게 킬리언(남편)이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키가 커서 머리가 천장에 닿일 것 같았다. ㅋㅋ 말이 많지는 않아도 자상해 보였다.
거의 12시가 돼서 자러 갔다.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 다 태워다 주고, 마지막으로 루언을 내려 주기 전에 부서진 배를 보여주었다. 부서진 배 뒤로 해가 떠오르는데 장관이었다. 배 이름은 Cisemara 이다. 거기서부터 루언 학교까지 짧은 거리지만 루언에게 운전을 시켰다. 루언은 네 살이다! 근데 나는 그게 좋았다. 어젯밤에 아이들이 성냥으로 불켜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옆에서 봐주면서 시키고, 오늘은 핸들 이리저리 돌리는 것도 알려주고. 위험에 노출되는 걸 극히 꺼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정말 좋았다. 만약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키우고 싶다.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키우는게 아니라,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도록 돕고 싶다. 모든 일이 9시 전에 끝나서 나는 타운에 내려달라고 했다. ㅋㅋ 학교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10시부터는 수업이 있어서 빈 강의실이 없을 것 같았다. 블루 헤이븐 가려고 했는데 악튼 호텔 알려줘서 지금 호텔 바에서 글 쓰는 중이다. 여기가 블루 헤이븐보다 아늑하고 조용해서 좋다. 대신 발이 좀 시리긴 하다. 하지만 둘 중에 공부나 글쓰러 고르라면 여기다. 땡스, 셰이드! 셰이드 집에 또 놀러 가고 싶다. 모두 넘넘 러블리했다. 또 오라고 했고, 그땐 빈손으로 오랬다.
셰이드와 루언, Cisemara 찍는 중
옛날 다리가 여기 있는데 부서져서 연결돼 있지 않다.
그녀는 오래된 건물에 있는 이끼가 좋다고 했다. 그것들은 꼭 연한 연두색과 노란빛이 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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